2005년 12월 12일
내 이름을 돌려줘! (1)
올해 저희 학과 학술지에 싣게 된 제 글의 일부입니다.
이왕 쓴 거니까 한 번 올려봅니다. 연재로 조금씩 나눠서 올리도록 하죠~
서론
고유명사란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의 이름을 말한다.
나는 이름이라는 것이 신비한 힘이 있어서
그 이름의 주인에게 ‘존재’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일본의 출판물이나 영상매체 등을 보면
원래의 이름이 아니라 약간 바뀐 다른 이름이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일본색을 띄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등장인물의 이름을 한국식이나 서양식으로 바꾸던 적이 있었으나
그것은 사회분위기상 어쩔 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에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 번역가의 실수나 고집에 의해 일어났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고 싶었던 내용을 이렇게 글로 쓰게 되었다.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어떤 것을 느끼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주었으면 한다.
겐고와 다케오
모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온 ‘낙X하는 저녁'이라는 일본소설이 있다.
원제는 ‘落下する夕方‘로 ‘냉정과 열정 사이(冷情と熱情の間)’라는 소설로 유명해진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えくにかおり)’의 소설이다.
이 소설을 번역한 김 모 작가는 주인공의 이름인 ‘겐고(健吾/けんご)’를
‘다케오(たけお)’라고 읽어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물론 일본에서도 한자로 써놓은 인명이나 지명은 잘못 읽는 일이 잦은 편이다.
이름을 지은 사람이 멋대로(어느 정도 허용 범위가 있지만) 읽는 법을 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문제로 삼고 있는 점은 이 번역 작가가 자신의 실수를 알고서도
잘못된 이름을 넣은 채로 책을 내어버린 일이다.
이 사람은 자신의 번역 후기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을 당당하게 써놓았다.
남자 주인공의 원래 이름은 다케오가 아니라 겐고(健吾)입니다.
번역 작업을 하면서 이 한자를 줄곧 다케오라고 읽었고,
겐고라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다케오란 이름으로 인물의 이미지가 굳어버려
그 이름이 어색하고 생소하기만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았지만,
건장하고 저돌적이며 또 사랑에 고뇌하는 남성의 이미지에는
소박하고 수줍음 잘 타는 시골 청년이 연상되는 겐고라는 이름보다
다케오란 이름이 더 어울릴 듯 하여 굳이 오류를 범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본 사람들은 각각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말해 화가 났다.
아무리 번역은 창작의 일종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번역의 범주를 벗어난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by 차봉 | 2005/12/12 13:45 | 태클 | 트랙백 | 덧글(5)




